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봄철 기온이 유사한 지역이라 하더라도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와 양이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식물의 생리적 특성과 겨울철 기후, 그리고 개화기 주변 환경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기온이 비슷하더라도 지난겨울 동안 충족된 저온 누적 시간이 다르면 식물 내부의 생물학적 시계가 다르게 작용하여 개화 시기가 달라집니다. 또한 식물 종마다 개화를 유발하는 적산온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로 자라는 우점 식물종의 구성 비율에 따라 꽃가루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피크 시기와 방출량에 큰 격차가 발생합니다.
이와 함께 강수와 바람, 습도 같은 국지적 기상 조건도 꽃가루의 날림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입니다. 개화 직전 적절하게 내린 비는 식물의 수분 흡수와 화분 발달을 도와 꽃가루 생산량을 늘리지만, 막상 꽃이 피어난 개화기에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으면 공기 중의 꽃가루가 씻겨 내려가고 수술이 열리지 않아 방출이 억제됩니다. 반대로 개화기 동안 건조하고 상공의 바람이 강하며 대기가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바람을 타고 수분을 하는 풍매화의 꽃가루가 대기 중으로 대량 확산됩니다. 여기에 도시 열섬 현상이나 지형적 특성에 따른 바람길 형성과 같은 미기후 요인이 가세하면서 비슷한 기온대의 인접 지역이라도 대기 중 꽃가루 농도가 크게 벌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환경 요인으로 발생하는 꽃가루 방출 시기와 양의 변동은 생태계와 인간 사회 모두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생태계 차원에서는 개화 시기가 화분 매개 곤충의 활동기나 이를 먹이로 하는 조류의 번식기와 맞물리지 않는 생태적 불일치가 발생하여 먹이사슬 전체의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특정 시기에 폭발적으로 날리는 꽃가루가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 천식 등의 질환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원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