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가 먼저냐 요리가 먼저냐를 고민하고 계시지만, 오랜만의 요리 재개를 무산시키는 건 사실 그 순서가 아닙니다. 준비 단계가 길어지는 것이 진짜 함정입니다. 싱크대를 다 닦고 반찬통을 전부 정리하고 쌀통까지 채운 다음에 시작하려고 하면, 그 전에 지쳐서 배달 앱을 켜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청소는 전부가 아니라 딱 두 곳만 하시길 권합니다. 도마를 올려둘 조리대 한 뼘, 그리고 씻을 싱크볼 하나입니다. 요리 한 끼에 실제로 필요한 공간은 그게 전부입니다. 서랍과 빈 반찬통은 이번 주에 하루 한 칸씩 나눠서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세제를 뿌려두고 외출하신 건 잘하신 방법인데, 돌아오시면 바로 헹궈 주세요. 알칼리 세제를 스테인리스에 오래 방치하면 얼룩이 남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때의 성격에 따라 약이 다릅니다. 미끈한 기름때는 알칼리 세제가 잘 듣고, 하얗게 굳은 물때는 구연산이나 식초를 묻힌 키친타월을 올려두시면 훨씬 쉽게 떨어집니다.
식재료 쪽은 순서를 조금 바꾸시면 좋겠습니다. 소비기한 짧은 것부터 소비하는 건 합리적이지만, 먹고 싶지 않은 걸 억지로 먹으면 요리 자체가 벌칙처럼 느껴집니다. 상하기 직전인 재료는 오늘 조리만 해서 소분해 얼려 두시고, 오늘 저녁 메뉴는 그냥 지금 드시고 싶은 걸로 정하세요. 볶거나 데쳐서 얼려 두면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건강 메뉴판을 처음부터 짜시는 것도 권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본형 서너 가지만 정해 두세요. 볶음밥 하나, 국 하나, 굽는 요리 하나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하면 쓰는 재료가 겹쳐서 장보기가 단순해지고, 냉장고에 애매하게 남는 재료도 확 줄어듭니다. 식단 관리는 요리 습관이 자리를 잡은 뒤에 붙이셔도 됩니다.
쌀은 이번에 작은 포장으로 사시길 권합니다. 4킬로그램 이하가 좋습니다. 쌀은 도정일 기준으로 한 달 안에 먹을 때 맛이 가장 좋고, 오래 두면 산패해서 밥에서 묵은 냄새가 납니다. 쌀통보다는 밀폐용기에 나눠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시면 벌레와 산패를 동시에 막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성공 기준을 낮춰 잡으시면 좋겠습니다. 부엌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한 끼를 직접 해 먹는 것으로요. 그 한 끼를 끝내고 나면 남은 청소가 훨씬 가볍게 느껴지고, 다음 요리는 오늘보다 확실히 수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