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계홍 의사입니다.
평소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던 10대 여성 환자가 5일 연속 설사 후 병원을 찾았으며 고열, 두통, 구토 증상으로 장염 처방을 받았으나 증상이 지속되었습니다. 이후 미열, 울렁거림과 함께 변기 물이 빨갛게 물들 정도의 심한 혈변 및 실신 증상까지 발생하여 1차 병원에서 대학병원 소견서를 발급받았고 현재도 설사, 두통, 울렁거림, 미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린 나이에 고열과 설사, 그리고 변기 물이 빨갛게 물들 정도의 혈변에 실신까지 겪으시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지 그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처방받아 복용 중인 노르믹스정이나 옥티로늄정 등은 일반적인 감염성 장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쓰이는 약물이지만 이를 일주일 이상 복용해도 증상이 잡히지 않고 혈변과 미열, 전신 쇠약이 지속된다면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IBD)의 가능성을 반드시 의심하고 감별해야 합니다.
특히 크론병은 10대와 20대 젊은 층에서 호발하며 항문 주위의 치열, 치핵, 농양 같은 병변과 대량의 혈변, 이유 없는 발열 및 체중 감소, 영양 흡수 불량으로 인한 실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차 병원 의사 선생님의 소견대로 지체 없이 대학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크론병이 맞다면 조기에 발견하여 면역조절제나 생물학적 제제 등으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시작해야 장 손상과 합병증을 막을 수 있으므로 소견서를 가지고 최대한 빨리 상급 병원으로 이동하시는 것이 건강을 회복하는 가장 올바른 길입니다.
현재 증상의 기전과 임상 경과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배제해야 할 의심 상병 및 진단명은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Crohn's disease) 또는 궤양성 대장염이며, 호전되지 않는 중증 감염성 대장염이나 이로 인한 혈성 설사 및 대량 출혈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실신) 상태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정밀한 원인 감별을 위해 의사 선생님이 작성해 주신 소견서와 기존 처방전을 지참하시고 대형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만 19세 미만인 경우 소아소화기분과) 또는 소화기내과(염증성 장질환 전문의)를 방문하셔야 합니다. 대학병원 진료과에 내원하면 장내 염증 수치와 빈혈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일반 혈액 검사 및 염증성 마커(CRP, ESR) 검사를 시행하며, 대장 내부의 점막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조직을 채취하기 위한 대장 내시경 검사(또는 에스결장경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또한 크론병은 소장도 침범하므로 복부 CT 검사나 소장 캡슐 내시경을 병행할 수 있으며, 장내 미생물이나 출혈 원인을 찾기 위해 대변 검사(Fecal calprotectin 등)를 필수로 시행하게 됩니다.
당장 병원에 방문하기 전에 셀프로 할 수 있는 조치 요령은 대량 혈변과 설사로 인한 탈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탈수 예방을 위해 차갑지 않은 미온수나 이온 음료를 조금씩 자주 섭취해 주는 것입니다. 장 점막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이므로 우유 등의 유제품, 기름진 음식, 매운 자극성 음식은 절대 금기해야 하며, 화장실에서 대변을 볼 때 혈변의 양상(선홍빛인지 검붉은빛인지)과 설사 횟수를 메모해 두었다가 진료 시 의사에게 설명하는 것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