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이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가 나지 않는다고 덜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출혈 여부는 손상된 조직의 종류와 깊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피부 표면의 얕은 찰과상은 피가 많이 나도 실제 위험도는 낮습니다. 반면 근육, 신경, 인대, 내부 장기는 혈관이 적거나 없어 손상되어도 출혈이 거의 없을 수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심각한 손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것에 깊이 찔린 자상(puncture wound)은 입구가 작아 피가 거의 안 나도 내부 구조물 손상이나 감염 위험이 훨씬 높습니다.
감염 측면에서도 피가 나지 않는 상처가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출혈은 어느 정도 세균을 씻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깊고 좁은 상처는 외부와의 개구부가 작아 내부에 세균이 갇히기 쉽고 산소 공급이 차단되어 파상풍균(Clostridium tetani)이나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파상풍이 특히 위험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상처의 위험도는 출혈량보다 상처의 깊이와 위치, 오염 가능성, 파상풍 예방접종 여부로 판단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피가 나지 않더라도 깊이 찔리거나, 녹슨 물체에 의한 상처이거나, 동물에게 물린 경우라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