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무엇을 더 보느냐는 질문이지만, 사실 두 숫자는 서로 다른 종류의 낡음을 말해 줍니다. 주행거리는 엔진과 변속기처럼 돌아가는 부품이 얼마나 닳았는지를, 연식은 고무와 플라스틱, 배터리처럼 가만히 있어도 삭는 부품이 얼마나 늙었는지를 알려 줍니다.
그래서 어느 한쪽만 좋은 차가 오히려 위험합니다. 연식은 새것인데 주행거리가 아주 많으면 영업용으로 굴린 차일 가능성이 높고, 연식은 오래됐는데 주행거리가 유난히 적으면 오래 세워 둔 차라 고무 부품이 이미 굳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둘을 나눠서 봅니다. 일 년에 만 킬로미터 안팎이면 평범하게 탄 차이고, 그보다 훨씬 많으면 고속도로 위주, 훨씬 적으면 단거리 위주로 탄 차입니다. 같은 십만 킬로미터라도 이 셋은 상태가 전혀 다릅니다.
실제로 더 조심해야 하는 쪽은 짧게 자주 탄 차입니다. 시동을 걸고 엔진이 데워지기 전에 꺼 버리는 주행이 반복되면 엔진 안에 습기와 찌꺼기가 쌓입니다. 주행거리가 적어 보여도 이런 차가 상태는 더 나쁠 수 있습니다.
연식 쪽에서 꼭 보셔야 할 것은 고무와 배터리입니다. 타이어 옆면에 찍힌 제조 시기, 각종 호스와 벨트, 그리고 배터리 상태입니다. 이것들은 주행거리와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면 갈아야 하고, 한꺼번에 몰려오면 비용이 꽤 큽니다.
굳이 우선순위를 정하라면 저는 연식을 먼저 자릅니다. 예산 안에서 연식 범위를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주행거리와 관리 상태를 비교하는 순서입니다. 연식이 너무 오래되면 부품 수급과 보험, 나중에 되팔 때 값까지 다 같이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두 숫자보다 확실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정비 이력입니다. 소모품을 제때 갈아 온 기록이 남아 있는 차는 숫자가 조금 나빠도 안심할 수 있고, 기록이 텅 빈 차는 숫자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알 수 없는 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