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장기간 저교정이 근시 진행을 억제하기보다 오히려 빠르게 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건 과거의 통념과 반대되는 이야기라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현재 근거는 꽤 명확한 편입니다.
저교정이 근시 진행을 늦춘다는 믿음이 한때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 대규모 연구들—특히 COMET 연구(Correction of Myopia Evaluation Trial)를 포함한 여러 전향적 연구들—에서 저교정군이 완전교정군보다 근시가 더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왔습니다. 기전은 이렇습니다. 저교정 상태에서는 망막 주변부에 원시성 이탈 초점(hyperopic defocus)이 형성되는데, 이게 안축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로 작용합니다. 즉, 덜 교정된 눈이 "더 잘 보이려고" 안구 자체를 늘리는 방향으로 적응한다는 겁니다.
가성근시 문제는 조금 다른 층위입니다. 저교정 안경을 쓰면 항상 약간 흐릿하게 보이는 상태에서 모양체근이 지속적으로 조절을 시도하게 되고, 이게 장기화되면 조절 경련(accommodative spasm)이 고착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측정한 시력은 실제 굴절이상보다 더 나쁘게 나오는데, 이것이 가성근시입니다. 9년이라는 기간 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됐다면, 진짜 근시 진행에 조절 경련이 얼마나 더해졌는지 현시점에서 분리해서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면, 부등시에서 저교정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양안 도수 차이가 클 때 완전교정하면 망막 상 크기 차이(aniseikonia)로 인해 복시나 두통,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고, 그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어느 정도 타협한 처방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판단 자체가 당시 상황에서 무조건 틀린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건, 조절마비 굴절검사(산동검사)를 통해 현재 가성근시 성분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춰 안경 처방을 재검토하는 것입니다. 이미 진행된 근시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적절한 교정을 유지하는 게 추가 진행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