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양파껍데기
기다림'이 사라진 사회는 더 행복해질까요?
모든 서비스가 즉시 제공되는 시대가 되면 효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인내와 성취감, 인간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성실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2개의 답변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정재경 전문가입니다.
기다림이 완전히 사라진 사회가 과연 더 행복할지에 대해서는 편리함의 극대화라는 긍정적인 면과 삶의 깊이 상실이라는 부작용이 팽팽하게 대립합니다. 현대 기술은 기다림을 해결해야 할 문제나 시간 낭비로 규정하고 빠르게 줄여왔지만, 기다림이라는 시간 자체가 우리 인간에게 해주던 중요한 역할들도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선 기다림이 사라지면 효율과 자유가 극대화되면서 삶의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병원 대기, 교통 체증, 행정 처리 등 의미 없이 버려지던 시간들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자아실현이나 휴식, 사랑하는 이들과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 자원을 확보하게 됩니다. 또한 언제 오거나 해결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일상적인 불안과 피로감이 줄어들고, 원하는 욕구를 즉시 충족할 수 있어 편의성 측면에서는 삶의 질이 크게 올라갑니다.
하지만 반대로 기다림의 부재가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단조롭고 불안정하게 만들어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뇌과학적으로 인간은 어떤 보상을 얻는 순간보다, 그 보상을 기다리며 기대할 때 더 많은 즐거움과 설렘을 느낍니다. 기다림이 완전히 사라지면 삶의 큰 즐거움인 '기대감' 역시 사라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참을성이 극도로 낮아져 작은 지연에도 쉽게 분노하게 되고,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깊은 인간관계나 학문, 예술 분야를 견뎌내지 못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 기다려서 얻은 결과물이 주는 깊은 애착과 가치 대신, 모든 것을 쉽게 소비하고 버리는 정서적 빈곤에 빠지기 쉬운 것입니다.
결국 해답은 어떤 기다림이 사라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나 단순 대기 시간 같은 비자발적이고 무의미한 기다림이 줄어드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겠지만, 타인을 이해하고 성숙해지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자발적인 기다림까지 사라진다면 사회는 정서적으로 훨씬 가난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기다림이 없는 세상은 '더 편리한 사회'가 될 수는 있어도, 역설적으로 '더 깊이 있게 행복한 사회'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채택된 답변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모든 서비스와 즉시 해결되는 시대가 오면 모든 면에서 편리함을 주겠지만, 반대로 인간이 삶을 느끼고 관계를 맺는 방식의 본질적인 모든 면이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인내심은 단순히 참는 능력이 아니라,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는 불확실한 시간을 견뎌내는 하나의 과정인데 즉각적인 욕구 충족에 익숙해지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인간의 역량들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또한, 클릭 한 번이나 지시 한 번으로 완성된 결과물은 순간적인 쾌감은 줄 수 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자부심이나 존재감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다른 모든 서비스가 내 뜻대로 즉시 제공되는 세상에 살면, 타인 역시 내 요구를 빠르게 만족시켜 주는 기능으로 바라볼 위험이 커집니다. 서툴고 수고스러운 소통을 견디기보다 문제 발생 시 관계를 즉시 끊거나 대체해 버리는 경향이 짙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