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미역국을 끓이기 전 참기름에 미역을 볶는 과정은 미역 세포벽 내부에 갇힌 지용성 영양 성분들을 효과적으로 녹여내기 위한 화학적 추출 과정입니다. 여기에는 세포벽의 파괴와 성질이 비슷한 물질끼리 잘 섞이는 용해도의 원리가 작용합니다.
미역 같은 식물성 세포는 알긴산과 셀룰로오스 등이 복잡하게 얽힌 단단한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내부의 영양 성분을 쉽게 내놓지 않습니다. 미역을 참기름에 넣고 열을 가해 볶으면 열에너지에 의해 이 단단한 세포벽 구조가 느슨해지고 균열이 생기며 파괴됩니다.
이때 참기름은 화학적으로 비극성 유기 용매의 역할을 합니다. 미역 안에는 카로티노이드계 성분인 후코잔틴이나 비타민 에이, 이, 케이처럼 물에 녹지 않는 비극성 지용성 영양 성분들이 풍부합니다. 화학에서는 성질이 비슷한 비극성 물질끼리 서로 잘 녹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참기름의 지방 성분이 세포벽이 열린 틈새로 침투하여 미역 내부의 지용성 성분들을 쉽게 녹여내어 세포 밖으로 이끌어냅니다.
만약 기름에 볶지 않고 곧바로 물을 부어 끓인다면 극성을 띠는 물 분자는 단단한 세포벽을 통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포벽이 열리더라도 지용성 성분들을 녹여내지 못해 영양 성분이 미역 속에 그대로 갇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참기름이라는 비극성 환경을 먼저 만들어줌으로써 미역의 유익한 영양 성분을 국물로 완벽하게 용출시킬 수 있으며 기름과 영양 성분이 국물 속에 골고루 분산되어 미역국 특유의 깊은 풍미를 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