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모든 세포의 DNA는 같은데, 왜 신경세포와 근육세포는 모양과 기능이 다른가요?
안녕하세요 .
고등학교 생명과학 II를 공부하다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체세포는 동일한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배웠는데, 어떤 세포는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되고 어떤 세포는 수축을 하는 근육세포가 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전자 발현 조절'이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로 특정 유전자만 켜지게 만드는 건지 쉽게 핵심 내용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4개의 답변이 있어요!
모든 체세포는 동일한 DNA를 가졌지만, 선택적 유전자 발현을 통해 운명이 결정됩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특정 유전자만 켜는 전사 인자라는 단백질이 세포마다 다르게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 단백질이 DNA의 조절 부위에 결합하면 RNA 중합 효소를 불러와 전사를 시작하고, 또한, DNA가 히스톤 단백질에 감긴 정도에 따라 유전자 접근성이 달라지는데, 아세틸화로 구조가 느슨해진 부위는 활성화되고 메틸화로 응축된 부위는 잠기게 됩니다.
결국 발생 초기 단계에서 받은 외부 신호가 특정 전사 인자를 먼저 깨우고, 이것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세포를 신경이나 근육으로 차별화하는 것입니다.
채택 보상으로 17.10AHT 받았어요.
채택된 답변동일한 유전 정보를 가졌음에도 세포마다 형태와 기능이 다른 이유는 세포 분화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의 발현 여부를 결정하는 차별적 유전자 발현 조절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모든 세포는 전사 인자라고 불리는 단백질의 종류와 조합이 서로 다르며 이 단백질들이 각 세포에 필요한 특정 유전자의 프로모터 부위에 결합하여 전사 과정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합니다. 또한 히스톤 단백질의 변형이나 디엔에이 메틸화와 같은 후성 유전학적 표지에 의해 유전체 구조의 응축도가 달라지면 물리적으로 유전자 접근성이 변하여 신경세포는 신경 전달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고 근육세포는 수축에 필요한 단백질만을 생성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하드웨어인 유전체는 동일하지만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이 세포 환경에 맞게 선택적으로 실행되면서 각기 다른 표현형을 나타내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사람의 체세포는 거의 동일한 DNA를 갖지만, 세포마다 켜져 있는 유전자 집합이 달라서 서로 다른 모양과 기능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인데, 실제로 단백질을 만들려면 그 유전자가 켜져 있어야 합니다. 이때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이 DNA의 특정 구간인 프로모터와 인핸서에 결합하는 단백질들입니다. 이런 단백질을 전사인자라고 하는데, 어떤 전사인자가 붙느냐에 따라 해당 유전자가 전사될지 말지가 결정되는데요, 예를 들어 근육세포에서는 근육 단백질인 액틴과 미오신 등을 만드는 유전자를 켜는 전사인자들이 활성화되어 있고, 신경세포에서는 신경전달 및 이온채널 관련 유전자를 켜는 전사인자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DNA는 히스톤 단백질에 감겨 있는데, 어떤 구간은 느슨하게 풀려 있어 전사인자가 쉽게 접근하고, 어떤 구간은 꽉 감겨 있어 접근이 어렵습니다. 이런 상태를 바꾸는 대표적인 기전이 DNA 메틸화와 히스톤 변형인데요, 메틸화가 많이 된 유전자 영역은 대체로 꺼져 있고, 특정 히스톤 변형이 일어나면 유전자가 더 잘 켜지거나 꺼집니다. 또한 배아가 자라면서 세포는 주변으로부터 호르몬과 성장인자 같은 신호를 받는데요, 이 신호가 세포 내부의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 특정 전사인자를 켜고, 결과적으로 어떤 유전자 묶음이 지속적으로 켜지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집니다. 한 번 특정 방향으로 분화가 진행되면, 위에서 말한 후성유전학적 표지들이 그 상태를 기억해 같은 유형의 세포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김민구 전문가입니다.
비유로 먼저 설명하면, 모든 세포의 DNA는 같은 악보예요. 그런데 신경세포는 피아노 파트만, 근육세포는 바이올린 파트만 연주하는 거예요. 악보 전체는 똑같지만 어떤 악기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가 나는 것처럼,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포가 만들어져요.
이걸 조절하는 핵심 원리가 바로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에요. DNA 염기 서열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DNA를 감싸는 방식이 달라지면 특정 유전자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돼요. DNA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에 실처럼 감겨 있는데, 히스톤이 느슨하게 풀려 있으면 그 부분의 유전자가 읽히고, 단단하게 감겨 있으면 아예 접근 자체가 차단돼요. 신경세포에서는 신경 관련 유전자 부분이 풀려 있고 근육 관련 유전자 부분은 꽉 감겨 있는 거예요. 근육세포는 반대고요.
여기에 더해 전사인자라는 단백질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전사인자는 특정 유전자 앞에 붙어서 RNA 합성을 켜거나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해요. 세포마다 서로 다른 전사인자 조합을 가지고 있어서, 같은 DNA라도 어떤 전사인자가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유전자가 발현돼요.
그렇다면 처음에 어떻게 세포마다 다른 전사인자 조합을 갖게 되냐는 질문이 생기는데, 이건 발생 과정에서 세포의 위치와 주변 환경 신호 때문이에요. 수정란이 분열하면서 세포들이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이게 되고, 위치마다 다른 화학 신호를 받아요. 이 신호가 전사인자 발현을 다르게 유도하고, 그 차이가 점점 증폭되면서 신경세포, 근육세포, 피부세포처럼 완전히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거예요.
한번 분화가 결정되면 그 상태가 세포 분열 이후에도 유지돼요. 히스톤 변형 패턴이 딸세포에게도 그대로 복사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근육세포가 분열해도 계속 근육세포가 나오고, 신경세포가 분열해도 계속 신경세포가 나와요.
정리하면 모든 세포의 DNA는 같지만, 히스톤 감김 정도와 전사인자 조합이 세포마다 달라서 각자 다른 유전자만 발현하고 그 결과 완전히 다른 모양과 기능을 갖게 되는 거예요. 악보는 같아도 연주하는 악기와 파트가 다른 것처럼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