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먹자마자 바로 설사가 나왔다고 해서 영양소 흡수가 전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흡수 효율은 분명히 떨어집니다.
음식을 먹으면 위에서 1에서 4시간 정도 머물다가 소장으로 넘어가는데, 영양소 흡수의 대부분은 소장 상부, 즉 십이지장과 공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설사라는 게 대장에서 수분 흡수가 제대로 안 되거나 장 운동이 과하게 빨라져서 생기는 현상이라, 소장에서의 흡수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용성 비타민 등은 일정 부분 흡수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약 기운이 돈다고 하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약물은 소장 초반에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설사로 실질적으로 손실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수분과 전해질, 특히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이 빠르게 빠져나갑니다.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C와 B군도 손실됩니다. 지방과 지용성 비타민(A, D, E, K)은 담즙산과 유화 과정이 필요한데, 장 통과 시간이 짧아지면 이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흡수율이 낮아집니다.
포만감이 빠진다는 느낌은 실제로 맞습니다. 위장이 비워지면서 기계적 팽만감이 사라지고, 혈당 상승도 기대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헛먹은 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설사가 일시적인 것이라면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지만, 식후마다 반복된다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흡수 장애 관련 질환을 한번 확인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