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9년간 정말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상황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처방 약물을 보면 트라마돌(진통제), 프레가발린(신경통 치료제), 포도씨건조엑스(정맥류 치료제), 파모티딘(위산억제제), 사르포그렐레이트(말초혈관 개선제), 바클로펜(근이완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경병증성 통증에 대한 약물 치료는 현재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MRI에서 이상이 없는데 증상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수술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를 척추수술 후 통증 증후군(Failed Back Surgery Syndrome)이라고 하며, 이는 수술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신경이 오랫동안 압박을 받으면서 생긴 신경 자체의 변화, 즉 신경 가소성(Neural Plasticity) 변화로 인해 영상 소견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상태입니다. 말초신경병증이 동반된 것도 이 과정에서 함께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가로 고려해 볼 수 있는 검사와 치료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검사 측면에서는 척수강 내 병변을 더 정밀하게 보기 위한 척수조영술(Myelography) 또는 척수조영 후 CT(CT Myelography)를 아직 받지 않으셨다면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 MRI에서 보이지 않는 유착이나 경막 병변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하지 혈관 초음파도 포도씨건조엑스와 사르포그렐레이트가 처방된 것을 보면 말초혈관 문제도 동반 가능성이 있어 한 번쯤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치료 측면에서 현재 약물 치료 외에 추가로 고려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척수 자극술(Spinal Cord Stimulation)은 척추수술 후 통증 증후군에서 국제적으로 근거가 축적된 치료법으로, 척수에 미세 전류를 가해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약물로 조절이 안 되는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에서 전문 통증클리닉에서 시행합니다. 또한 경막외 유착박리술(Epidural Adhesiolysis)도 수술 후 유착이 의심되는 경우 시도해 볼 수 있는 시술입니다.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지금 단계에서는 척추신경외과 또는 신경외과와 통증의학과를 함께 운영하는 3차 병원 척추센터에서 다학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 과에서만 보는 것보다 신경외과·통증의학과·재활의학과가 함께 검토할 때 새로운 치료 방향이 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버텨오신 만큼, 아직 시도하지 않은 치료 옵션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전문 척추 통증 센터 진료를 꼭 받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