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모양은 취향 차이가 아니라 손목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를 정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자주 써시는지가 그대로 답이 됩니다.
날이 수평인 쪽은 날 전체가 도마에 한꺼번에 닿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아래로 눌러 끊는 방식에 맞습니다. 도라지나 무처럼 단단한 뿌리채소를 채 썰 때 채가 끝까지 떨어지고 칼 뒤에 붙어 남는 게 적습니다. 같은 동작을 수백 번 반복하는 자리에서는 이 차이가 손목 피로로 쌓입니다.
곡선이 있는 쪽은 칼끝을 도마에 붙인 채 손목을 굴리거나 앞뒤로 밀며 써는 데 강합니다. 고기 손질이나 잘게 다지는 작업이 많으면 이쪽이 훨씬 편합니다. 대신 곡선 구간 때문에 채썰기에서는 날의 일부만 닿는 순간이 생깁니다.
적어 주신 조건이라면 저는 수평 쪽으로 기웁니다. 업장에서 뿌리채소 채썰기가 주된 작업이라면 눌러 끊는 동작이 빠르고 결과도 고르게 나옵니다. 다만 한 자루로 고기 손질까지 다 하셔야 한다면 규토 쪽이 무난합니다.
모양보다 먼저 확인하실 게 하나 있습니다. 키리츠케 계열은 칼끝을 각지게 깎아 놓은 만큼 그 부분이 얇고 예리합니다. 도마 위에서 칼을 눕혀 재료를 쓸어 모으는 습관이 있으시면 팁이 잘 나갑니다. 업장에서는 이게 생각보다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 미리 아셔야 합니다.
편날인지 양날인지도 보세요. 전통 방식의 키리츠케는 한쪽만 갈린 편날이라 오른손 전용이고 채가 한쪽으로 살짝 휘어 나옵니다. 정밀한 채썰기에는 유리하지만 연마가 까다롭습니다. 요즘 나오는 키리츠케 규토는 대개 양날이라 쓰기도 갈기도 훨씬 수월합니다.
마지막으로 백팔십은 업장 기준으로 조금 짧을 수 있습니다. 도라지처럼 긴 재료를 밀어 썰 때는 이백십이 여유롭고, 조리대가 좁다면 백팔십이 오히려 편합니다. 그리고 결국 손에 붙는 느낌은 무게중심과 손잡이 두께가 좌우하니 가능하면 한 번 잡아 보고 고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