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중등도 우울증을 안고 일상을 버티면서 체중 문제까지 신경 쓰고 계신 것, 쉽지 않으셨을 텐데 현명하게 접근하고 계십니다.
핵심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상황에서 식욕억제제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게 있습니다. 우울증 자체가 식욕 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원인 중 하나입니다. 우울 상태에서는 뇌의 보상 회로가 음식, 특히 당분과 지방이 많은 음식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세로토닌(serotonin)과 도파민(dopamine) 분비 리듬이 흐트러지면서 포만감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가짜 배고픔이라고 느끼시는 그 감각, 상당 부분은 감정적 공허함이 허기로 번역되는 현상입니다.
지금 우울증 치료를 받고 계신다면, 처방받으시는 항우울제 종류가 중요합니다. 항우울제 중에서도 부프로피온(bupropion) 계열은 식욕 억제 효과가 동반되고, 반대로 미르타자핀(mirtazapine) 계열은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담당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께 체중 문제도 같이 말씀하시면 약제 선택 자체를 조율하실 수 있습니다. 이게 별도 식욕억제제를 추가하는 것보다 훨씬 깔끔한 접근입니다.
식욕억제제 자체를 말씀드리자면, 20대에서 BMI 기준으로 처방 가능한 약물이 없지는 않습니다. 국내에서 주로 쓰이는 펜터민(phentermine) 계열이나 날트렉손-부프로피온(naltrexone-bupropion) 복합제 등이 있는데,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처방 전 정신건강의학과와 내과 또는 가정의학과 간 조율이 필요합니다. 일부 식욕억제제는 우울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충동성을 높일 수 있어서, 우울증 조절이 먼저 안정된 상태에서 접근하는 게 안전합니다.
현실적인 순서를 제안드리자면, 지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계시다면 다음 방문 때 체중과 폭식 문제를 같이 언급하십시오. 아직 치료를 받고 계시지 않다면 그게 먼저입니다. 우울증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식욕 조절도 생각보다 수월해지는 경우가 많고, 그 시점에서 필요하면 비만 전문 클리닉이나 가정의학과에서 식욕억제제를 추가로 검토하시면 됩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무리하게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것보다, 우울증 치료를 축으로 삼고 체중은 그 과정에서 같이 끌고 가는 전략이 지속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