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쳐서 나온다는 증상이면 토너 부족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토너가 모자라면 글자가 흐려지거나 세로로 옅은 줄이 생기지 흔적이 두 번 찍히지는 않거든요. 알림이 안 뜬 것도 그와 맞아떨어집니다.
이 현상은 보통 고스트라고 부르는데, 앞에서 찍은 글자가 조금 아래에 옅게 한 번 더 찍히는 모양입니다. 원인은 토너보다 안쪽에 있는 드럼, 그러니까 이미징 유닛 쪽이거나 종이에 열로 눌러 붙이는 정착기 쪽입니다.
둘 중 어디인지는 자로 재면 꽤 정확히 갈립니다. 원래 글자와 옅게 겹친 자국 사이의 간격을 재 보세요. 그 간격이 페이지 안에서 일정하게 반복된다면 그 길이가 바로 어떤 부품이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그 값을 적어서 서비스에 문의하면 부품을 바로 짚어 줍니다.
간단히 확인해 볼 것도 있습니다. 흰 종이에 검은 사각형 하나만 크게 넣어 인쇄해 보세요. 아래쪽에 그 사각형이 흐리게 한 번 더 보이면 고스트가 맞습니다. 그리고 그 자국이 종이를 바꿔도, 다른 문서를 뽑아도 같은 자리에 나오는지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리필 토너를 쓰셨다는 점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리필 제품은 가루의 성질이 정품과 미묘하게 달라서 열에 붙는 정도나 정전기 특성이 어긋나면 이런 잔상이 잘 생깁니다. 집에 예전 정품 카트리지가 남아 있다면 잠깐 끼워서 같은 문서를 뽑아 비교해 보시는 게 가장 빠른 판별입니다.
드럼은 소모품이라 수명이 정해져 있습니다. 흑백이면 만 장 단위, 컬러면 그보다 훨씬 적은 장수에서 수명이 끝나고, 그때부터 딱 이런 증상이 시작됩니다. 사용하신 지 오래되셨다면 이쪽일 확률이 높습니다.
당장 해 보실 것은 드럼을 꺼내 겉면 먼지를 마른 천으로 살살 닦고 다시 끼워 보는 정도입니다. 표면을 손으로 만지거나 빛에 오래 두면 안 되니 조심하시고요. 그래도 그대로면 부품 교체 쪽이니, 앞에서 재신 간격과 인쇄물 사진을 들고 문의하시면 훨씬 수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