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제가 한 말 때문에 직장동기가 곤란한 일을 겪었는데 사과하는 게 맞을까요?
최근에 첫 직장 동기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금 마음에 걸리는 일을 알게 돼서 고민입니다.
이 친구는 제가 첫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기인데, 지금은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거래처 회식 자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됐고, 그 이후로 가끔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올해 초쯤 있었던 일을 듣게 됐습니다.
당시 제 주변에 ENTJ 성향의 팀장님이 한 분 계셨는데, 이 팀장님이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장님과 저, 그리고 이 친구가 만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 이야기를 전달한 사람이 저였습니다.
제가 특별한 의도 없이 그냥 “부장님과 저, 그리고 이 친구가 만난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인데, 그 말을 들은 팀장님이 갑자기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합니다. 이후 부장님과 이 친구에게 직접 따졌고, 심지어 올 초쯤에는 새벽에 술을 마신 상태로 이 친구에게 전화해서 “내 욕했냐?”는 식으로까지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친구 말로는 당시 연락을 못 받았다가 나중에 전화를 받았는데,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가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다고 합니다. 다음 날에 상황을 설명하거나 해명해볼까 생각했지만, 괜히 일을 더 크게 만들 것 같아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물론 팀장님이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새벽에 전화까지 한 것 자체를 제가 책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런 반응을 예상하고 일부러 이야기를 전달한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제가 애초에 그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이 갈등 자체가 발생할 계기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즉, 팀장님이 그렇게 행동한 것까지 제 책임은 아니더라도, 제가 전달한 이야기가 결과적으로 부장님과 팀장님, 그리고 이 친구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하나의 원인 또는 단초가 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오늘 이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친구는 이 일을 이야기하면서 저를 탓하거나 화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시에는 너무 당황했지만 그냥 넘어갔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평소처럼 넘어가는 게 맞는지도 고민됩니다.
제가 “팀장님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만 말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고, 반대로 너무 크게 사과하면 마치 팀장님의 행동까지 제가 책임지는 것처럼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적절한 선은 “그때 내가 그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았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길 계기도 없었을 텐데, 결과적으로 네가 괜히 곤란한 일을 겪게 돼서 미안하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친구도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넘어간 상황에서 제가 먼저 꺼내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고민됩니다.
제가 당시 갈등을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 갈등이 시작되는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이 친구를 만났을 때 이 부분에 대해 먼저 짧게 사과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친구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굳이 다시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