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

웹소설을 적어봤습니다. 피드백 부탁드려요

붉다.

눈앞이 온통 붉다.

공기 중에 섞인 피비린내가 폐에 엉겨 붙는다.

바닥을 적신 검붉은 피가 그대로 고여,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흰 가운은 이미 본래의 색을 잃었다.

앳된 얼굴의 남자가 품 안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눈 떠…”

피를 쏟아내는 목을 필사적으로 눌렀다.

“내가 전부 잘못했으니까…! …젠장! 출혈이 안 멈춰!”

“거기 누구 없어?! 빨리 의사 부르라고!!”

악을 쓰며 소릴 질렀다.

곧이어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와, 내 품에 있던 남자를 들것에 싣고 나갔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로 휘청이며 일어나려 하자, 누군가가 날 부축해 주었다.

반사적으로 밀어내려 했지만, 누군지 확인하자 그 사람에게 매달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려야 해…! 제발…”

“…과다출혈이야… 너무 늦게 발견했어…”

익숙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듣고 싶지 않은 사실을 내뱉었다.

“내가 업어 키웠어!! 나 저 애 없으면… 진짜 안 돼…!”

이성을 잃고 뛰쳐나가려 하자, 그가 거칠게 붙잡았다.

“놔..! 씨발! 어떤 새끼야! 어떤 새끼가 감히!! 갈가리 찢어 죽여버릴 거야!”

“스스로 한 짓이야! 남이 관여한 게 아니라고..!”

그를 세게 밀쳤다. 그 반동으로 내가 넘어졌다.

“개소리하지 마!! 얼마 전까지 멀쩡하던 애가 스스로 목을 그어?! 말이 된다 생각하냐고!!!”

목소리가 갈라졌다.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이미 늦었다.

손 쓸 수 없다.

‘더 이상 그 앨 볼 수 없다.’

피가 식는 것 같았다.

그럴 순 없다. 절대.

머리가 차가워졌다.

이미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내 실험실로 데려와.”

그는 멈칫했지만, 곧 수긍했다.

“…알겠어”

표정을 보이기 싫었던 건지, 나를 보지 않은 채 말을 덧붙였다.

“잘 생각했어… 그게 최선이야.”

***

‘…허억!’

사방이 완전히 막힌 상자 안에서 눈을 떴다.

호흡이 거칠었다.

“…꿈인가?”

아직 코끝에 피비린내가 맴돈다.

꿈일리가. 그렇게 생생한 게 꿈일리가 없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천장도, 벽도, 바닥도 모든 것이 하얀색이다.

조명 같은 건 없었다.

그런데도 눈앞이 어둡지 않았다.

광원이 없는데도 방 전체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몇 번이나 눈을 깜빡여도 눈앞의 장면은 변하지 않았다.

“…여긴 어디야?”

문득, 강렬한 이질감에 본능적으로 얼굴을 더듬었다. 그리고 멈춰버렸다.

손끝에 닿은 것은 코가 있어야 할 자리의 매끄러운 피부였다. 입술은 마치 누군가 칼로 그어놓은 듯 길게 찢어져 있었다.

“……!”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숨이 막혔다.

이게… 정말 내 얼굴이라고..? 말도 안 돼.

손톱으로 얼굴을 긁었다.

차갑고 축축한 고무 같은 느낌.

더 세게 긁었다. 원래라면 살이 패이고 피가 날 정도로. 하지만 피가 나진 않았다.

얼굴을 쥐어뜯듯 잡아당겼다.

피부가 늘어나는 감각은 있었다.

하지만 고통이 없었다.

‘이게 뭐야…?’

침착하자. 이런 상황에서 흥분해 봤자 도움이 되진 않는다.

기억을 더듬으려 했다.

이름.

나이.

가족.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기억을 긁어낸 것처럼 머릿속이 텅 비어 있었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방금… 꿈은 기억일까?’

그 뒤에 이어진 생각은

‘그 남자는 죽었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지금, 품 속에서 식어가던 그 남자에 대한 감정만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주위를 훑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됐다.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거대한 방송용 카메라.

붉은 녹화등이 깜빡였다.

‘녹화 중?‘

‘누군가 보고 있는 건가?‘

비틀거리며 카메라 쪽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허공의 어느 지점에서 벽에 막힌 듯 손끝이 거칠게 튕겨 나갔다.

“뭐…?”

다시 손을 뻗어보았지만, 카메라에 닿지 못하고 튕기기만 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생필품 하나 없는, 완전히 텅 빈 방.

물리 법칙마저 어그러진 곳.

‘도대체 여긴 어디야…?’

‘납치된 건가…?‘

대체 누가, 왜?

한참 동안 가만히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꿈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하다.

렌즈를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거기 누구야. 날 왜 가둔 거지?”

정적.

“…뭐 …여기서 방송이라도 하라는 거야?”

그 순간.

‘띵-!‘

경쾌한 기계음과 함께, 카메라 위에 핑크빛 하트 한 개가 떠올랐다.

“저게 뭐야…?”

허공에 뜬 하트는 정말이지… 이질적이었다.

‘내 말에 반응한 건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는 건가요?”

‘…’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제가 뭘 해야 합니까?”

답은 없었다.

하트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고, 방 안은 다시 정적이었다.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로 촬영당하는 이 상황은 끔찍하다. 무엇보다도…

‘꿈에 나왔던 앳된 남자가 너무나도 마음에 걸린다.’

당장이라도 그 아이의 생사를 확인하러 뛰쳐나가고 싶었다.

바닥에 앉은 채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왜 자살을 시도한 걸까.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 애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죽었을까.

아니면 아직 살아 있을까.

난 왜 못 막았지? 그토록 아꼈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우선 이 이상한 곳을 나가야 한다. ’

카메라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제게 무슨 악감정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눈앞의 카메라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저들의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뭘 원하는지는 알려줘야죠. 그냥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입만 털라는 겁니까?”

‘띵-!’

핑크색 하트가 또 다시 카메라 위로 떠올랐다.

“… 진짜로?”

잠시 멍하니 하트를 바라보았다.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말 그대로 어이가 없었다.

그냥 죽을 때까지 방송을 하라고?

그게 다라고?

그저 내 고통을 지켜보기 원해서 이딴 짓을 벌인 것인가?

‘하… 진짜 웃기네.‘

“나보고 진짜 … 죽을 때까지 방송이나 하라는 거야?

그게 전부라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로,

내가 뒤질 때까지 여기서 입만 털라는 거냐고.”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세게 눌렀다. 두통이 다시 밀려왔지만, 지금은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붉은 불빛을 노려보았다.

“…답하기 싫은 겁니까?

아니면 특정한 말에 반응하는 건가요?”

손가락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정보가 너무 부족해.”

낮게 중얼거렸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머릿속으로는 이미 최악의 경우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일단은... 반응하는 조건부터 찾아야겠군.”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하트가 뜨는 조건은 뭘까.

질문?

욕설?

공포?

...

아니면 고통?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바닥에 머리를 냅다 쿵! 하고 박았다.

단단한 바닥과 이마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아프지 않았다. 그게 더 역겹고, 무서웠다.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더 세게 머리를 박았다.

쿵.

“……하하. 아프지도 않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이마를 쓸어보았다. 이마에는 자국조차 없었다.

그는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다.

“하… 그래… 폭력적인 게 싫으면 평범하게 가봅시다.”

그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 평범하게 하기로 했으니 방송답게 통성명이라도 해야 할 텐데. 큰일이네요. 제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관자놀이를 세게 눌렀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기억을 더듬으려 할 때마다 뇌를 송곳으로 헤집는 통증이 밀려왔다. 일부러 기억을 꺼내지 못하게 막는 것처럼.

‘내가 누구인가.

이 몸은 정말 내 것인가.

애초에 현실이 맞긴 할까?‘

"납치?"

고개를 저었다.

“아니면 가상현실?“

“죽은 건가?“

‘왜 하필 스트리밍을 시키고 있는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들이 점점 압박감으로 변질됐다.

‘이딴 곳이 내 묫자리가 될 수도 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채.‘

이 방은 너무 현실감이 없었다. 완벽하게 고립되어 있고, 상식 밖의 일들이 나타난다.

“이곳에 갇힌 지 몇 시간이 흘렀는지조차 모르겠네요. 배변 욕구도, 식욕도, 갈증도 전혀 없습니다. 만약 뇌가 망가져서 욕구를 못 느끼는 상태라면, 몸이 한계인지 인지도 못하고 죽을지도 모르겠네요.”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애초에 배변을 하는 곳도 없다.’

이 몸은 먹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여러분, 이름이 기억나지 않으니 가명이라도 정해볼까요? 그래야 기억하기 쉽잖아요. 기억해 줄지도 모르겠지만.”

코도 없고.

머리카락도 없고.

온몸은 새하얗고.

...

면봉 같네.

“면봉이가 어때요? 상당히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띵-!’

하트가 떠올랐다.

“면봉이…?”

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상황의 절박함과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하트가 우연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다. 저들은 내 말과 행동에 반응한다.‘

이제 누가 보고 있는지는 상관없다. 누구든 날 카메라로 보고 있다는 거고, 이곳의 규칙이 스트리밍이라면 역으로 이 시스템을 이용해 주면 그만이다.

“하긴… 이 상황에서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알아듣고 부를 수만 있으면 그만이지.”

면봉이는 목소리를 한층 가볍게 가다듬었다.

어느 하나 현실성이 없는 이 상황은 충분히 공포스러웠지만, 이곳을 나가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 꿈에서 봤던 그 끔찍한 장면이 진짜인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럼 지금부터 제 이름은 면봉이입니다.”

면봉이는 벽을 등지고 앉아 붉은 불빛을 바라보며,

다음 하트를 유도할 만한 것들을 머릿속으로 조합하기 시작했다.

“하…”

가느다란 손가락을 바라봤다.

‘어차피 아프지도 않은데. 실험 삼아…’

손가락을 천천히 비틀었다.

뚜둑.

끔찍한 소리가 났다.

인간이라면 부러졌어야 할 각도까지 관절이 돌아갔지만, 통증은 없었다.

그는 꺾인 손가락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뚝, 소리를 내며 제자리로 맞추었다. 마디마디가 다시 매끄럽게 맞물려 움직였다.

생각보다 상황은 최악이다.

인간의 육체도, 인간의 세계도 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맑아졌다.

‘고통이 없고 파괴되지 않는 몸이라니.’

면봉이의 입꼬리가 살짝 호선을 그렸다. 억지 미소가 아니었다. 진짜 흥분이 차오르고 있었다.

"솔직히 무섭습니다."

면봉이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

"지금도 내가 인간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다시 렌즈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당신들도 실수한 것 같군요."

그는 카메라 쪽으로 상체를 바짝 들이밀었다. 눈동자가 렌즈 너머, 그를 내려다보고 있을 눈들을 꿰뚫듯 서늘하게 빛났다.

“관찰이라는 건 말이야. 결국 쌍방향이거든.”

면봉이가 낮게 속삭였다.

“당신이 나를 관찰하려면 관찰당할 각오도 해야지. 하트 하나, 정적의 시간 초 단위까지 전부 추리해서 기어코 나가고 말 거다.”

그가 말을 마친 순간.

띵-!

정적을 깨고 경쾌한 기계음이 울렸다.

카메라 위에 핑크빛 하트 한 개가 아까보다 조금 더 빠르게 깜빡였다.

면봉이는 하트를 보며 낮게 웃었다.

좋아. 계속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라.

당신이 내 행동 하나에 반응하며 이 장난감 같은 하트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나는 이곳을 나갈 균열을 찾아내고 말 테니까.

나가고 나서 가장 먼저 알아낼 건

내 꿈속에서 죽어가던 그 남자의 행방.

“그럼,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붉은 녹화 불빛이 기괴하게 깜빡였다.

딱딱해 보이는지, 시점이 헷갈리진 않는지. 웹소설형식에서 벗어나 있다고 한거 듣고 고치긴 했는데 웹소설 형식이 뭔지, 주인공의 목적성이 잘 드러나는지 봐주세요!

3개의 답변이 있어요!

  • 재밌어요! 그런데 우려가 되는 점이 있습니다.

    웹소설이 인기 있으려면 캐릭터나 스토리 둘중 하나에 확실한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작성자 님의 글은 후자에 치중된 느낌입니다. (인간이 아닌 형태의 겉모습은 아무래도 비주류니까요. 오브젝트 헤드도 아닌지라 더 더 비주류인 느낌...) 그런데 전개 특성상 어느정도는 계속 일방향적 소통이 이어질 텐데, 1화 만큼의 재미를 계속해서 끌어갈 수 있을지 살짝 걱정되네요. (예기치 못한 흥미로운 & 새로운 요소가 주기적으로 등장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새 등장인물 & 회상씬 삽입 등... 전체 주제나 스토리 라인을 모르니 말씀드리기 조금 애매한 감이 있네요...)

    저는 캐릭터들 사이 케미(주고받는 대화, 행동, 서로에 대한 감정, 관계성)에서 가장 큰 재미를 느끼고 이런 부분을 잘 살려낸 웹소설에 끌리거든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고... 괜히 없던 케미 넣으려다 작품 완결성이 깨질 수도 있어서 함부로 조언 드리기 좀 그렇지만... 한번 고려해보심이 어떤지...

    그래도 일단 글 실력은 좋으신 것 같습니다! 하나의 화를 완성해낸 실행력과,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고 발전하려는 태도도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해요. 부디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님께 행운이 따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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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택된 답변
  • 일단 이 이야기의 처음부터 읽은 게 아니다보니 정확히 이해는 어려웠는데 글에 이상한 부분이나 문제는 없는 것 같고 필력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황을 묘사하시는 게 탁월해서 눈 앞에 장면이 선하게 그려집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인물들의 말투가 너무 뻔하게(상투적으로) 느껴져서 진짜 깊은 몰입보다는 "아, 내가 지금 소설(가짜 이야기)을 읽고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 안녕하세요 오늘하루맑음입니다

    나름 웹소설 많이 읽어봤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이 정도 길이의 글로는 이렇다할 정보가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가 좀 애매한 것 같아요

    처음 내용에 나온 그 아이가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동기부여인 것 같고 그 아이를 만나고 싶어서 지금

    갇혀있는 방에서 탈출하려는 내용인거죠??

    그런데 갑자기 외모가 이상하게 바뀌고 사람이 맞긴한건가

    싶은 묘사가 나오니까 좀 이질감이 들어요

    뭔가 미스테리물에서 갑자기 sf판타지가 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