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상태는 “정신병자”라는 표현으로 볼 문제가 아닙니다. 공부, 일, 사회생활은 어느 정도 해내는데 씻기, 정리, 빨래 같은 기본 생활이 무너지는 경우는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우울, 불안, 번아웃, 수면 부족, 주의력 문제, 강박적 회피, 스마트폰 과사용이 섞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집 안 생활만 무너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일주일에서 2주 이상 씻지 못하고, 옷과 쓰레기가 쌓이는데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가볍게 넘기지는 않는 게 좋습니다. 무기력이 아니라고 느끼셔도, 실제로는 실행 기능이 떨어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해야 하는 걸 아는데 시작이 안 되는 상태”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흔히 다루는 문제입니다.
지금 당장 목표를 크게 잡으면 더 못 하게 됩니다. 오늘은 방 전체 청소가 아니라 쓰레기봉투 하나만 채우기, 샤워 완벽하게 하기보다 머리만 감기 또는 몸만 씻기, 공부 3시간이 아니라 책상에 앉아 10분만 보기처럼 기준을 아주 낮추는 게 낫습니다. 폰은 의지로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공부할 때는 손 닿지 않는 곳에 두거나 보호자에게 잠깐 맡기는 방식이 더 현실적입니다.
부모님께 말하기 어렵더라도 “요즘 씻고 정리하는 게 너무 안 되고, 혼자 조절이 안 된다”고 말하고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나 학교 상담실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에 간다고 바로 큰 병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약을 무조건 먹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상태가 우울인지, 불안인지, 주의력 문제인지, 생활습관 문제인지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 자해 충동,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있거나 며칠씩 잠을 거의 못 자고 감정이 무너진다면 바로 보호자에게 말하고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