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신병자인것 같아요.....

성별

여성

나이대

10대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앉아있는데 정작 공부는 안하고 폰만해요. 여기까지 하면 오! 나도ㅋㅋ 하실 수 있는데 심각해요.

그리고 안씻고 집청소를 안해요. 일주일째 안씻고 2주째 안씻어도 오늘은 진짜 씻어야지 해도 저녁에 들어요면 그냥 옷갈아입고 자요. 옷이 쌓이고 쌓여서 다음날 입고갈 옷이 없어도 그냥 바닥에 있는것중에 뭐 하나를 입고 다시 바닥, 다음날도 반복이고 쓰레기도 그냥 버려요. 제집이고 제가 살아갈 공간인데 그냥 그럴 체력이 없다? 무기력은 아니예요. 사회생활 잘 하고 일도 공부도 잘? 그래도 평균이상은 해요.

2개의 답변이 있어요!

  • 말씀하신 상태는 “정신병자”라는 표현으로 볼 문제가 아닙니다. 공부, 일, 사회생활은 어느 정도 해내는데 씻기, 정리, 빨래 같은 기본 생활이 무너지는 경우는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우울, 불안, 번아웃, 수면 부족, 주의력 문제, 강박적 회피, 스마트폰 과사용이 섞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집 안 생활만 무너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일주일에서 2주 이상 씻지 못하고, 옷과 쓰레기가 쌓이는데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가볍게 넘기지는 않는 게 좋습니다. 무기력이 아니라고 느끼셔도, 실제로는 실행 기능이 떨어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해야 하는 걸 아는데 시작이 안 되는 상태”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흔히 다루는 문제입니다.

    지금 당장 목표를 크게 잡으면 더 못 하게 됩니다. 오늘은 방 전체 청소가 아니라 쓰레기봉투 하나만 채우기, 샤워 완벽하게 하기보다 머리만 감기 또는 몸만 씻기, 공부 3시간이 아니라 책상에 앉아 10분만 보기처럼 기준을 아주 낮추는 게 낫습니다. 폰은 의지로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공부할 때는 손 닿지 않는 곳에 두거나 보호자에게 잠깐 맡기는 방식이 더 현실적입니다.

    부모님께 말하기 어렵더라도 “요즘 씻고 정리하는 게 너무 안 되고, 혼자 조절이 안 된다”고 말하고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나 학교 상담실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에 간다고 바로 큰 병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약을 무조건 먹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상태가 우울인지, 불안인지, 주의력 문제인지, 생활습관 문제인지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 자해 충동,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있거나 며칠씩 잠을 거의 못 자고 감정이 무너진다면 바로 보호자에게 말하고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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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택된 답변
  • 안녕하세요. 손상진 한의사입니다.

    많이 지치고 답답하셨겠어요. 스스로를 정신병자라고 부를 만큼 죄책감과 막막함이 컸을 텐데, 용기 내어 털어놓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겉보기엔 남들처럼 평균 이상으로 사회생활을 잘해내고 있으면서도 집에만 오면 완전히 방전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는 결코 이상한 병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가면 우울증이나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불러요. 겉으로는 멀쩡하게 제 몫을 해내느라 밖에서 남들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쥐어짜 내서 쓰고 있는 것입니다. 무기력이 아니라고 느끼는 이유는 밖에서 쓸 에너지를 겨우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집이라는 공간에 돌아오면 긴장이 풀리면서 뇌와 몸이 강제 셧다운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죠. 씻고 치워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면서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에너지가 바닥나서 생존 모드로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정작 폰만 붙잡고 있는 것도, 뇌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피해 가장 빠르고 쉬운 도피처를 찾는 뇌의 방어 기전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거나 한심하게 여기며 괴롭히지 마세요. 지금은 마음에 과부하가 걸려 잠시 멈춤 신호를 보내는 것뿐입니다.

    10대라는 시기는 학업과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생각보다 훨씬 크게 마음을 짓누르는 때입니다. 혼자서 이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려 하지 말고, 우선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나 학교 위클래스 같은 전문적인 곳을 찾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기를 권합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마음의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밖에서 애쓰느라 고생한 자신을 오늘은 따뜻하게 다독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