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민구 전문가입니다.
빛을 감지하는 건 포토트로핀이에요
식물에는 눈 대신 포토트로핀이라는 청색광 수용체 단백질이 있어요. 줄기 끝 세포들에 분포해 있어서 빛이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감지해요. 빛이 한쪽에서 오면 그쪽의 포토트로핀만 활성화돼요. 눈은 없지만 빛을 감지하는 분자 센서가 있는 거예요.
굽어지는 원리는 빛 반대쪽이 더 빨리 자라는 거예요. 말씀하신 것처럼 빛을 받는 쪽이 쪼그라드는 게 아니에요. 반대편 그늘 쪽이 더 빠르게 자라면서 휘어지는 거예요.
여기서 옥신이라는 호르몬이 등장해요. 포토트로핀이 빛을 감지하면 옥신이 빛을 받는 쪽에서 그늘 쪽으로 이동해요. 옥신이 많이 몰린 그늘 쪽 세포가 더 빠르게 길어지면서 줄기 전체가 빛 쪽으로 굽어요. 빛이 오는 쪽은 옥신이 적어서 천천히 자라고, 반대쪽은 빠르게 자라니까 결과적으로 빛 방향으로 휘어지는 거예요.
신경계 없이 어떻게 실시간 반응이 가능하냐면 식물은 신경계 대신 화학 신호와 전기 신호를 써요. 포토트로핀이 활성화되면 세포막의 이온 채널이 열리면서 칼슘 이온 농도가 변해요. 이 신호가 연쇄적으로 전달되면서 옥신 수송 단백질의 위치가 바뀌어요. 신경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호르몬이 세포에서 세포로 이동하면서 신호가 퍼져요. 사람이 손을 불에서 빼는 반사 신호보다 수백 배 느리지만 식물 입장에선 충분한 속도예요. 빛의 방향이 하루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몇 시간 단위의 반응으로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어요.
화분을 가끔 돌려줘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와요
한쪽만 계속 빛을 받으면 옥신이 계속 반대쪽으로 몰려서 식물이 점점 더 심하게 한쪽으로 굽어요. 화분을 주기적으로 180도 돌려주면 반대쪽이 빛을 받아서 반대 방향으로 자라면서 전체적으로 곧게 유지돼요. 식집사들이 화분 돌리는 게 바로 이 원리를 활용하는 거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