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맷돌식 날이 중요한 건 맞는데, 이유의 비중은 열보다 균일도 쪽이 훨씬 커요.
마찰열부터 보면 가정용 그라인더에서 향미를 파괴할 정도의 온도는 잘 나오지 않아요. 몇 초 만에 끝나는 분쇄에서 원두 온도가 오르는 폭은 수 도에서 십여 도 수준이고, 로스팅 때 200도를 견딘 원두가 이 정도 열로 향을 잃지는 않아요. 열이 실제로 문제가 되는 건 카페에서 하루에 수백 잔씩 갈아 날이 계속 달궈진 상태거나, 저가 블레이드형으로 오래 돌릴 때예요. 그래서 상업용 그라인더는 날 지름을 키우고 냉각을 고려해 설계해요.
진짜 차이는 입자 크기예요. 프로펠러처럼 돌며 부수는 블레이드 방식은 가루와 굵은 조각이 뒤섞여 나와요. 물을 부으면 미세한 가루에서는 쓴맛과 떫은맛이 과하게 뽑히고 굵은 조각에서는 신맛만 덜 뽑혀서, 한 잔 안에서 과추출과 미추출이 동시에 일어나요. 맷돌식은 두 날 사이 간격으로 입자 크기를 정하니 고르게 나오고, 모든 입자가 비슷한 속도로 추출돼 맛이 깔끔하게 정리돼요. 굵기를 원하는 값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향미 손실에서 더 결정적인 건 산화예요. 원두를 갈면 표면적이 수백 배로 늘어나 향 성분이 급격히 날아가고 산소와 반응해요. 분쇄 후 15분만 지나도 향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니, 마시기 직전에 갈아 바로 내리는 게 어떤 그라인더를 쓰느냐보다 체감 차이가 커요. 제 경험상 같은 원두라도 미리 갈아둔 것과 그때 간 것의 차이가 날 종류 차이보다 확실하게 느껴져요 :)